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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 ‘부동자금 리스크 커진 중국 시장화 개혁 감속 가능성 커졌다’
LG경제연 ‘부동자금 리스크 커진 중국 시장화 개혁 감속 가능성 커졌다’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5.07.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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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분기 경기 동향과 자금시장 여건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0%로 시장 예상치 6.8%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분기 대비 연율(계절조정)로 계산하면 6.1%로, 1분기의 5.3%에 비해 뚜렷이 개선된 결과다. 실물경기가 반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된 원인은 내수 개선으로 분석된다. 분기별로 보면, 투자와 소비 모두 2분기에 1분기보다 둔화 폭이 컸으나, 월별로 비교해보면 6월 들어 5월에 비해 뚜렷이 개선되었다. 고정자산투자의 경우, 제조업 투자가 둔화한 반면(전년대비 증가율 5월 10%, 6월 8.9%), SOC 투자가 활기를 띠고(5월 15.1%, 6월 20.5%), 부동산개발투자가 소폭 개선되면서(5월 2.7%, 6월 3.2%), 전체적으로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 소비 지표는 음식료 소비가 뚜렷이 살아나고 전자상거래 매출이 급증하면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내수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전년대비 감소했으나, 수입 감소 폭이 수출 감소 폭보다 컸던 바람에 무역수지가 개선된 것도 성장에 기여했다.

자금시장은 전체적인 흐름 상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가운데 통화 지표가 증가세를 보여 디플레이션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금리 및 지준율 인하의 영향으로 통화공급이 늘었고, 은행 부외금융이 줄어드는 대신 부내금융 비중이 커졌다. 기업 장기대출이 좀처럼 늘지 않은 가운데, 가계 대출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가계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부터 주식시장으로 옮겨지는 양상이 강도는 약화되었지만 꾸준히 이어졌고, 사회융자총액 중 직접금융의 비중이 소폭 상승했다(6월 5%).

부양정책이 단기 효과를 거둔 결과 2분기의 개선 흐름은 기업이나 가계의 미래 전망이 낙관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기보다 경기둔화 방어를 위한 소극적 부양정책(‘선별적 미세조정’)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 및 자금시장 지표의 개선은 지난해 11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4회)와 지준율(3회)을 인하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풍부해진 자금을 흡수한 것은 기업 대출이 아니라 주식 및 부동산 투자 목적의 가계 대출수요였다. 통화 완화가 실물 경기에 대한 자극으로 연결되는 기제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투자 지표 개선에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월에 주춤했던 재정지출(전년대비 2.6% 증가)은 6월 들어 크게 증가했는데(12.5% 증가), 특히 SOC 관련 지출이 약 20% 급증하면서 SOC 투자 회복을 견인했다.

소극적 부양정책이 당분간 계속되고, 그 사이에 민간 수요, 특히 기업의 투자 의향이 살아나는 것이 현재 바랄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올 상반기 경기를 지탱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금리 수준이 8개월 사이에 1%p 낮아지고 소비자물가 상승세(5월 1.2%, 6월 1.4%)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어 금리 인하의 여지가 줄어들었다. 또한 금리나 지준율 조정이 실물경기 개선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화되어 있다. 이처럼 통화정책의 운신 폭이나 약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져 가고 있다. 올해 지방정부들이 2조 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은행 빚을 갚는 계획이 순조롭게 실행될 수 있는지 주목된다.

2. 자금 부동화의 배경

중국 경제의 향후 1~2년을 전망할 때,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이다. 최근 중국에서 통화정책이 실물경기의 뚜렷한 변화를 견인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투자 의지가 전에 없이 약화된 것도 있지만, 금융시장이 자금중개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시중 여유자금을 모아 실물기업들로 보내는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은행 신규대출이 예년 수준 이상의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통화량(M2), 총유동성(M3), 사회융자총량 등 통화공급 지표들은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민간의 현금 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은행의 예금 유치 및 대출 실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는 경제구조 변화나 경제주체들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 있는 중국 금융의 구조적인 추세이다.

첫째, 중국은 현재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경제성장 모델을 수정하고 기존에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전통산업에 속한 일부 기업들을 도태시켜야 한다.

문제는 낙후 전통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중앙정부의 당초 계획보다는 늦지만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반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으로서는 대출자산의 리스크에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고, 아직 안심하기에 이른 신생 창업기업 등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과의 거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5페이지 BOX 참조).

둘째, 구조조정 과정에서 도태 대상으로 분류된 기업들과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한 적응에 실패한 한계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 투자처로 부상했고, 이에 따라 시중자금의 투자영역이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인 자금 수요가 자금 중개 채널에서의 혁신을 불러와 은행 예금 이외의 새로운 투자상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오랫동안 예금 금리 규제에 묶여 있던 자금 보유자들로서는 새로운 투자 대안을 갖게 되었다(<그림 3> 참조). 중국에선 은행예금 이외의 금융 투자 자산에 대해서도 원금보장(刚性兑付)이 관례가 되어 있다.

자연히 이러한 투자상품들이 사실상 저위험-고수익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셋째, 중국 정부는 경제 및 산업 구조의 전환 및 업그레이드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직접금융 채널을 육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고 있다. 국유기업 개혁(일부 지분 민영화, 스톡옵션 제도 도입), 소득 재분배(가계 재산성소득 증대), 창업 활성화(주식융자 활성화), 위안화 국제화(자본시장 개방) 등 중요한 국정과제들을 하나 같이 규모와 비중이 큰 직접금융시장(주식 및 채권 시장)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상 세 가지 측면에 있어 중국 금융의 변화는 경제 개혁과 구조조정 작업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 리스크가 낮은 확실한 자금 수요처가 등장하고, 금융 투자상품들의 리스크와 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평가가 가능해지고, 새로운 경제 구조에 부합하는 다양한 금융 채널들이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상태가 되기 전에는 자금 흐름의 높은 변동성이나 자금 중개 채널의 기능 부전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3. 자금 부동화의 전개과정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는 은행 예금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탈은행화’라고 할 수 있고, 새로운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에 돈이 몰리게 된다는 점에서 ‘투자/투기 자금화’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투자/투기 자금이 부동산, 주식, MMF 등 자산시장 영역의 다양한 상품들 사이에서 자주 옮겨다니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자금 부동화’와 궤를 같이 하는 흐름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향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자금 부동화’ 시각에서 살펴본다.

자금 부동화는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 약화라는 큰 추세 하에서 정부 규제 방향, 금융 중개 기술 변화 등의 영향을 받아 시기별로 양상을 달리해왔다.

2013년까지 그림자금융 형태의 자금 부동화

자금 부동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되었다.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는 ‘8% 성장률 사수’를 위해 4조위안 상당의 재정투자와 함께 은행 대출에 대한 규제를 풀어 사실상 무제한 대출을 독려했다. 그 결과 경제성장률은 2개 분기 만인 2009년 2분기에 8%대를 회복했으나, 그 후유증은 ‘후진타오(胡锦涛)-원자바오(温家宝) 체제 하에 진행된 6년 간의 구조조정 성과를 수포로 돌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부동산 버블, 생산능력 과잉, 수익성 없는 인프라 투자, 지방정부 재무제표 부실화 등 현재 중국 정부가 해결하려고 분투하고 있는 문제들이 이 시기에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투자에 대해 강력한 행정적 및 금융적 규제를 내리고, 생산능력 과잉 산업을 지정하여 대출을 제한했으며, 지방정부 부채 현황을 파악하고 추가대출을 금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을 서둘렀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긴축 의지는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된서리를 맞은 부동산 기업이나 지방정부 융자플랫폼, 낙후도태 설비 기업, 한계기업들은 살아 남기 위해 발버둥쳤고, 지방정부는 관할지역의 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증가를 막기 위해 이들 기업을 비호하며, 사실상 음성적 담보를 서줬다. 문제 기업들이 돈 떼일 가능성이 낮은 고수익 대출처로 변모된 것이다.

은행들은 정부의 은행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부외거래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상과 지방정부 융자 플랫폼에 자금을 제공했다. 위탁대출, 신탁대출, 어음인수 등 전통적 부외거래는 물론 자산관리상품, 재테크상품 등 신종상품에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낮은 은행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계 이외에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그림자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사실상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버는 대형 국유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두 가지 위험요인을 안고 있었다. 하나는 오랜 금융 관행에 대한 믿음이 투자 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합리적인 타산을 대체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지방정부들이 그림자금융으로 공급되는 자금의 상환을 보증할 것이라고 믿었고,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투신사 등 금융기관들이 만약의 경우에도 투자 원금을 돌려줄 것이라고 믿었다. 또 다른 위험요인은 짧게는 1~3개월에서 길게는 3~5년의 만기로하여 모집된 자금이 공사기간이 짧게는 1~3년, 길게는 10년 이상인 부동산 개발이나 SOC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되었다는 점이다. 만기 불일치 상황에서는 투자한 프로젝트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금 상환이나 환매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게 된다.

감독당국의 감독 범위를 벗어난 채 만기 불일치 리스크와 음성담보, 원금보장 등 비합리적 관행에 의존해 규모를 키워가던 중국 그림자금융은 머지않아 문제를 일으켰다. 분기 말을 앞두고 자금 정산과 신탁자금 만기 환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2013년 6월 상하이 은행간 자금시장의 콜금리가 13.4%까지 급등하는 아찔한 상황이 빚어졌고, 2014년 1월에는 자산규모 30억 위안의 중청(中诚)신탁 투자펀드가 광산기업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만기 환매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중국 정부는 자금 수혈 등 강력 대응에 나서 그림자금융의 위기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고, 뒤늦게나마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와 감독에 착수했다. 아울러 지방정부 융자플랫폼이나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그림자금융의 존립 근거인 고(高)비용 자금에 대한 잠재수요를 줄이려 노력했다.

2014년 온라인 금융상품으로 이동

고비용 자금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자금 공급자들의 고수익 추구의 열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때마침 빠르게 규모를 불린 모바일 인터넷 업계의 공룡기업들이 이런 니즈를 포착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해낸 것이 바오바오(宝宝), P2P(인터넷 개인간 대차), 인터넷 소액대출 등 신종 온라인 금융상품들이다.

바오바오는 전자상거래에 꼭 필요한 지불계좌의 잔고를 단기 고(高)유동성 금융 상품이자 부동자금의 정거장 역할을 하는 MMF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2013년 위어바오(余额宝)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다. 중국에선 2003년 처음 만들어진 바 있는 MMF가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4%에서 2014년 30%로 커졌는데, 순전히 위어바오 덕분이 었다.

바오바오 상품은 투자금액에 대한 제한이 없고, 이용이 간편한데다, 모집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해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위어바오의 경우 2015년 6월 말 현재 가입 고객이 1억 4,900만 명, 잔고가 6,133억 위안, 투자수익률은 3.48%로 1년 만기 예금 금리에 비해 1.48%p 높다. 전체 바오바오 상품 수는 약 70종, 잔고 총액은 2015년 3월 현재 약 1조 8,000억 위안으로 추정된다.

2014년 12월 현재 약 6억 5,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 인구를 가진 중국의 인터넷은 바오바오 이외에도 P2P, 인터넷 소액대출,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온라인 금융상품이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비옥한 토지였다. 중국 인터넷금융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금융시장 규모는 10조 위안, 이용 인구는 4억 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금융의 삼투율(전체 인터넷 인구 중 이용인구의 비율)이 60% 수준에 불과하고, 영세 혹은 중소기업(P2P),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크라우드펀딩), 자금난을 겪는 쇼핑몰 점주(인터넷 소액대출) 등 은행 문턱에서 쫓겨난 자금 수요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성장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인터넷 금융의 빠른 성장을 가능케 했던 중요한 요인으로 막대한 이용 인구에서 나오는 커다란 시장 잠재력 이외에 정부가 조기 시장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사실상 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규제를 최소화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정부 태도는 때로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시장 성장을 저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에 위약, 사기, 야반도주 등의 문제를 일으킨 P2P 플랫폼은 전체 1,814개 가운데 372개로 작년 한 해 문제를 일으킨 업체 수(338개)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금융 거래는 금융 지식이 많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버튼 하나로 거래를 시작하거나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이 발생하거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대안이 나타나면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지난해 4분기 바오바오 시장 규모는 1조 4,000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0억 위안 줄어들었다. 2013년 6월 바오바오 시장이 열린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바오바오의 수익률이 작년 초 8~12%에서 4분기에 3~4%대로 하락한 반면, 주식시장이 작년 4분기부터 급등세를 보인 것과 관련이 깊다.

2014년 4분기 이후 부동자금 주식시장으로 중국 정부는 2012년 11월 주가가 수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을 계기로 중단했던 IPO(주식 신규상장)를 2014년 1월 재개했다. 바이두(百度), 런런왕(人人网), 여우쿠(优酷) 같은 거대 인터넷 업체들을 미국 증시에 빼앗기고 있다는 내부 비판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고도 한참 잠잠하던 중국 증시가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 해 11월부터였다.

11월 17일 후강퉁(沪港通), 즉 홍콩과 중국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한 것과 11월 22일 예금 금리를 0.25%p 인하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2015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2014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발표된 <경제공작보고>에서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징진지(京津冀) 통합개발 구상을 밝혔고, 2015년 3월 양회(兩會)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인터넷+’, ‘제조강국 2025’, ‘대중창업, 만민혁신’ 등 올해 본격 추진되는 개혁 어젠더를 제시했다. 산업 업그레이드 청사진은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반기는 호재다. 국가 주도의 경제개혁의 미래를 낙관하는 ‘국가 상승장(国家牛市)’이자 ‘개혁 상승장(改革牛市)’ 장세가 펼쳐진 것은 당연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르다는 듯 7번에 걸친 금리 및 지준율 인하(2014년 11월~2015년 6월), 1인 당 20개까지 계좌 개설 허용(2015년 4월) 등 조치들이 끓는 장세에 기름을 부었고, 상하이 및 선전 주가지수는 불과 6개월 만에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의 주식 계좌 수가 6개월 만에 1억 1,000개에서 1억 5,000만개로 늘어났고, 주식 투자 인구는 6,000만 명에서 9,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신탁상품의 주식 편입 비중이 일제히 높아졌고, 부동산 시장에 머물던 뭉칫돈이 미련 없이 옮겨 왔다. MMF 상품의 수익률 하락에 실망한 개미자금도 우르르 몰려왔다. 롱즈롱췐(融资融券), 엄브렐러(雨伞)신탁, 장외신용대출(场外配资) 등 주식 투자자금을 적게는 계좌 잔고의 2배, 많게는 10배까지 빌려주는 신용대출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공격적인 베팅을 부채질했다.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고평가됐던 중국 주가는 중국 정부의 신용거래 규제를 신호탄으로 조정 국면으로 빠져들어 불과 한 달 만에 30%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놀란 중국 정부가 부랴부랴 시장안정 대책들을 내놓자 7월 중순 들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 주가 조정이 중국 및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안팎의 우려가 크지만, 주가의 추가 급락이 없는 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증시 급랭은 자칫 증시에 참여한 금융기관들의 손실과 자금 경색, 나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식 신용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규모가 영세하고, 자금 거래관계가 복잡하고, 일상적 감독 범위에서 벗어나 있어, 작지만 폭발력 있는 트리거가 될 개연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 금융 당국이 바짝 긴장해 관련 대책 수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 금융에서 여전히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증시에 노출되어 있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다. 은행권의 전체 자산 중 주식시장과 관련된 부분은 약 2조 위안으로 은행 총자산 180조 위안의 1~2%에 불과해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둘째, 주가 상승세가 꺾이면서 IPO,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식융자가 전체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경제 전체적으로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상하이 및 선전 거래소에서 이뤄진 IPO 및 증자 금액은 6,993억 위안으로, 작년 한 해 동안 모집된 금액 7,577억 원에 근접했다.

중국 정부는 7월 초 증시 안정을 위해 IPO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IPO가 예정된 기업 수가 약 200개, 모집총액이 약 1,000억 위안이다. 하반기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급락 장세만 아니라면 주식융자 차질이 1,000억~2,000억 위안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달 평균 은행 신규대출 금액의 10~20%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반기에 실시되었던 정도의 온건한 통화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셋째, 중국에서 주가 하락이 자산평가액의 감소를 통해 소비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과도한 측면이 있다.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들을 보면, 중국 주식투자자의 90% 가량이 개미투자자들로, 평균 투자 금액이 크지 않은 편으로 나타났다.4 투자은행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중국 가계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10%에 불과하며, 부동산(약 60%)과 은행예금(약 20%)이 여전히 큰 비중을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비중이 작은데다, 6개월 동안 100% 이상 오르고 최근 한 달간 30% 빠진 주가 흐름을 볼 때, 주가 하락으로 인한 중국 가계의 자산평가액 감소 정도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4. 향후 자금 흐름과 잠재 리스크

중국 정부가 신용거래 규제 완화, 거래 수수료 인하, 지준율 및 금리 인하, IPO 중단등 강력한 시장 안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나서 중국 증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거래자금 규모, 고객예탁금 등을 통해 볼 때, 7월 중순 현재 주식투자자들의 증시 이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7개월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극심한 증시 변동과 심리적 패닉을 경험한 만큼 주식 투자자들의 리스크 민감도는 훨씬 높아졌으며, 상황이 재차 악화하면 이번에는 얼마든지 증시를 떠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내 부동자금의 향후 선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주식시장에 계속 머무를 경우 중국 정부는 종전의 금융개혁 및 업그레이드 방침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7월 9일 열린 ‘경제 형세 좌담회’에서 “자본 및 화폐시장의 공개화와 투명화,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위급 지도자는 물론 중앙은행과 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주식시장 구하기’에 나선 바 있다. 수년간 논의되어 온 양로금(중국판 국민연금)의 증시 투입 논의가 새삼 재점화되었고, 선강퉁(深港通) 실시 시기도 갈수록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은 ‘만뉴(慢牛)’, 즉 주가가 장기적으로 서서히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장세다.

이번 상승장이 ‘국가 상승장’, ‘개혁 상승장’으로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및 업그레이드가 주식시장의 발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눈치채고 있다. 중국 정부가 증시를 살리기 위해 ‘국가대표팀’, 즉 모든 부처와 기관, 기금 등 일체의 공공역량들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주가가 지금도 비싸지만,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걸 믿는다. 다른 한편, 그들은 또한 중국 정부가 주가 급등락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쩔쩔 매는 ‘이례적인’ 모습도 목격한 바 있다.

두 가지 모습 중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투자자들의 선택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정부의 증시 육성 의지를 믿고 정부가 문제 있을 때마다 증시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릴 것이다. 반대로 정부의 의지보다 이미 한 차례 드러난 서툰 시장관리 능력을 더 중시하는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거나 여차하면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대다수 투자자들이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경우, 중국 증시는 은행권의 ‘음성담보’나 신탁시장의 ‘원금보장’과 유사한 기대심리에 지배될 공산이 크다. 자연히 최근 겪었던 것 이상으로 큰 폭의 주가 등락이 거듭될 가능성이 높다. 증시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커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 급락이 금융시장이나 실물부문에 미치는 충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선강퉁 개통,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 등으로 외국자금의 중국 증시 투자도 크게 늘어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환율 급변이나 해외증시의 동조적 변동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지금보다 커질 것이다.

부동산으로 유입될 경우 2013년 2분기에 조정 국면에 들어간 중국 부동산시장이 최근 회복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1선도시들은 3월부터, 2선도시들은 5월부터 전월대비 집값 상승률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거래면적도 급증하여 2002년 4월 이래 3년간 줄곧 늘어왔던 상품방(상품 주택 및 오피스)의 재고 면적이 올 5월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번 조정은 지난 10여년간 누적된, 연평균 실수요의 10배가 넘는 5,000만~6,000만 채에 이르는 재고주택을 소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막대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착륙을 막는 수준의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

2년 가까이 가격 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주택 가격에 끼어있던 버블도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이쥐(易居)부동산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전국 평균 PIR(주택가격/가처분소득)은 7.1로 2009년 8.1에서 크게 감소했고, 35개 주요 도시의 경우 같은 기간 9.2에서 8.7로 떨어졌다. 보통 6~8 수준이 버블이 없는 상태로 평가되지만, 중국에선 급속한 도시화에 따라 주택 잠재수요가 대단히 강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면 주택 가격 버블이 거의 해소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다만 1선도시들의 경우 작년 말 PIR이 12~20 수준이었고, 올 들어서도 집값이 계속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지금도 여전히 버블이 끼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조정기 동안 강력한 대처 투자처였던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한풀 꺾임에 따라 부동산시장, 특히 대도시 주택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으로 목돈을 마련한 사람들이나 주가 조정으로 ‘국가 상승장’에 대해 환멸을 느낀 투자자들이 부동산시장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선전과 상하이에서 집값이 급등한 한 가지 원인으로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점이 이야기되기도 한다.

주식시장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주택 재고 해소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대도시 집값 버블을 한층 더 키우는 부작용이 두드러질 수 있다. 이번 부동산 조정 국면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1, 2선 도시에 사업을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수요와 공급이 1, 2선 도시들로 모여든다면, 주택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극심해지는 가운데 1, 2선 도시에서 주택 재고가 다시 늘어나 결국 집값 버블이 붕괴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온라인 금융상품에 대기자금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꺼리는 투자자들은 바오바오 같은 온라인 재테크 상품을 선호할 수 있다. 주식투자와 비교해 보면, 수익률은 낮지만 리스크가 작고 즉각 자금을 넣거나 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을 때 일시적으로 파킹해 놓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6월 중순부터 일부 바오바오 상품의 잔고가 뚜렷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상품 가운데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P2P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진 6월에 거래량이 전년 대비 4배 늘어난 660억 위안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터넷 금융상품은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시중 개미자금이 대량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돌발적인 사고가 일어나면 자칫 사회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또한 투자 및 회수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자금 이동 가능성이 높아 온라인판 뱅크런이나 연쇄환매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MMF나 P2P 등 대부분 온라인 금융상품은 결국 모집된 자금을 주식, 채권, 부동산에 투자되기 때문에 금융시장 변동성으로부터 완전히 면제될 수가 없다.

나아가 자산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산시키는 레버리지로 작용하게 될 우려마저 있다.

금융 변동성 관리가 개혁 추진의 기본

중국의 금융개혁은 실물경제 규모의 확대와 복잡성 증가에 발맞춰 채널을 다양화하고(직접금융시장 육성), 규제를 완화하고(금리 자유화), 시장을 개방하는 것(자본계정 개방)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중국 정부의 전체 개혁 구상에서, 금융개혁은 실물 경제의 구조 전환과 업그레이드 작업을 원활하게 해주는 지원군 역할을 맡고 있다.

즉, 금융개혁은 ‘전면개혁’의 재원을 공급하고(국유기업 개혁), 개혁의 윤활유가 되고(기간산업 대형화를 위한 M&A), 개혁의 지지기반을 넓히고(소득분배 개혁의 일환인 가계 자산소득 제고), 개혁의 설거지를 하는(부실채권 처리)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

최근 중국 증시의 변동성 확대는 이러한 금융개혁을 위한 초기 세팅 작업에서 중국 정부가 직면한 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 전체에서 주식시장의 규모와 비중과 역할이 아직은 크지 않기 때문에 주가 급등락이 주는 충격은 크지 않다. 이번 사태로 인한 가장 큰 손실은 중국 정부의 개혁 능력에 대한 회의가 제기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더욱이 그것이 중국 정부가 개혁 추진의 든든한 후원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민들(개미투자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픈 점이다.

중국 정부가 금융영역은 그 동안 무난히 관리해왔던 실물 영역보다 훨씬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한 영역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금융 영역에 대한 신중한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법도 하다. ‘중국 정부가 증시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다가 큰 코 다쳤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실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것을 고려해 가급적 개입을 삼가고 제도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경제를 운영해보겠다는 것이 개혁 추진의 본심이다. 하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거칠고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앞으로 시장화 개혁 행보에 다소 신중을 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향후 상당기간 자금 부동화가 초래할 수 있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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