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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2015 경제전망 : 세계경제
LG경제연구원 2015 경제전망 : 세계경제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4.12.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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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3% 초반 성장세 지속될 전망

2014년 세계경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이 꾸준한 회복기조를 나타냈지만 경기흐름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내수 활력이 높지 않은 유로존, 중국 등 대부분 국가들이 부진한 경제상황을 지속했다(<그림 1> 참조). 4분기 들어 주요 국가들의 경제지표들의 둔화추세가 더 뚜렷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이에 따른 파급효과가 내년 세계경제의 중요한 관건이 되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2015년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는 높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제조업 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서 세계경제의 생산능력을 높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저축성향이 높은 산유국에서 소비성향이 높아 세계수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선진국으로 소득이 이전되면서 세계경제 전체적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높이고 기업 생산비를 낮추어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디플레와 산유국의 외환위기 리스크는 긍정적 효과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로존 등 디플레 우려가 높은 지역에서 저유가에 따른 물가상승세 저하는 경제불안 심리를 확대시켜 가계의 소비나 기업 투자결정을 오히려 미루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산유국은 과거 고유가 시대에 형성된 확장적 재정지출 구조로 인해 저유가 충격이 클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추가적인 유가충격으로 인해 외환위기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세계경제 활력이 크게 높아지기 어렵다. 내수중심, 서비스 중심의 성장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과 같이 내수기반이 높은 국가들은 경기회복이 이어지겠지만 수출중심, 제조업 중심 국가들의 경기부진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업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고용창출은 꾸준하게 이루어질 것이지만 자본투입이 위축되고 생산성 상승 속도도 느리게 나타나면서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독주가 예상되지만 유로존, 일본, 중국 등 대부분 주요국가들은 경기회복세가 미진하거나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과 산유국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올해보다 높아지고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수요심리가 크게 살아나기 힘들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3.2%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3.3% 정도로 올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선순환 속 경기상승 지속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경기상승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은 소비와 소득이 같이 늘어나는 선순환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부채조정이 마무리된 가계가 소비를 늘리고 이에 따른 기업수익 확대가 고용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서비스 부문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기업들의 성과 역시 호조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적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부채우려가 줄어든 정부 역시 공공고용을 늘리고 재정긴축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역시 소비에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셰일가스 개발 열기가 둔화되면서 관련 부문의 생산 및 고용창출 효과는 떨어질 것이지만 석유소비가 많은 가계의 구매력 상승 효과가 좀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원유순수입 비중은 GDP의 1.5%에 달한다.

내년 미국경기 회복의 가장 큰 제약요인은 다른 나라들과의 경기 상생효과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교역대상국의 수요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달러화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면서 수출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뚜렷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중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택가격과 내수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물가로 인해 시점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 중에는 금리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3%에서 내년에는 3.0%로 높아질 전망이다.

유로존 저성장-저물가 고착

유로존은 올해 미진하지만 회복기조를 이어왔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활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최근 남유럽 등 취약국들의 경기 부진이 독일, 프랑스 등으로 확산되면서 그동안 유로존 회복을 견인해온 역내교역이 둔화되는 모습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고실업과 저임금으로 가계의 소득이 늘지 못하고 가계부채 조정도 잘 이루어지지 못해 소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위기 리스크에 따른 심한 위축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반등효과가 나타났지만 경기를 이끌어갈 성장모멘텀이 없어 활력이 다시 둔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가 가계의 어려움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지만 디플레 경제 진입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면서 유로존 경제에는 부정적 영향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추세가 지속되면서 디플레 및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와 투자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저성장 기대가 고착화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플레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나설 전망이다. 기존의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이나 담보부채권 매입에서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양적완화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난 10월 유로존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평가가 마무리되어 자금거래에 있어서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점도 신용공급 제약을 완화시키는 요인이다. 유로화 가치의 절하와 미국의 성장세 지속으로 수출환경이 다소 개선되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올해 1%에서 내년 0%대 후반으로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아베노믹스 효과 떨어지며 성장률 0%대 지속

소비세 인상 충격으로 일본경제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의 플러스 성장이 소비세 인상 이전 선취수요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해 4분기부터 1년간 전기대비 성장감소세가 이어진 셈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점차 줄어들면서 초기 반등효과가 점차 사라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정부의 경기부양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2차 소비세 인상을 2017년으로 미루었으며 추가적인 양적완화도 예상된다. 엔화 약세, 저유가 등 대외 환경변화도 일본경제에 긍정적이다. 그동안 엔저에도 불구하고 수출회복 효과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내년에 엔약세 기조가 강화되고 유가하락으로 생산비도 낮아지면서 기업 수익성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경우 투자와 고용도 확대여지가 있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의 인플레 경제에 대한 적응이 더디게 이루어지면서 소비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높아진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미루고 아베노믹스 초기 상승했던 가계 소비성향도 다시 하향기조를 보이고 있다(<그림 4> 참조). 국제신용평가사가 연이어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등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면서 재정확대를 통한 부양정책 여지도 크지 않다. 일본은 2015년에도 1% 성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성장 하향추세 뚜렷

중국경제는 하반기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소비활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경기부진도 이어지면서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줄어드는 상황이다(<그림 5> 참조). 수요둔화 등으로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디플레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5년에도 성장률의 하향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수요확대 여력이 높지 않은 가운데 고성장기간 중 형성된 대규모 재고의 조정이 이어지면서 생산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주택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부동산 경기 및 주택투자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 구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호적제도를 개혁하는 등 부양책이 예상되지만 수년간 축적된 대규모 재고를 소화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다. 최근의 주택건설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분양 주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장치산업 부문에서는 과잉생산 능력 조정으로 설비투자 확대가 어렵다. 수익성이 낮아진 제조기업들의 재고 축소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소비주도 성장으로의 전환 노력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기 힘들다. 소비비중이 높아지지 않는 가운데 기업성과 부진으로 임금상승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가계구매력 확대가 쉽지 않다. 중국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 및 최저임금 상승률이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정부는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지준율 인하 등 금융완화 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해 성장률을 제고하고 성장의 중심축을 내륙지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하향 추세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 상승과 리스크 회피 성향으로 신용창출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성장의 고용유발 효과 증가로 고용창출이 잘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정부는 장기지속 가능한 성장으로의 점진적인 하향을 위해 성장률 목표치를 7%로 낮출 계획이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러시아와 브라질의 침체 심화

주요 개도국 경제는 유가하락과 정책 효과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에너지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에 달하는 러시아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경제 제재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운데 외자유출에 따른 급격한 통화약세를 막기 위해 고금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내수경기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경제는 내년 4%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역시 철강 등 원자재 가격 부진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적자 확대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여력도 부족할 것이다. 지난해 1% 수준이었던 GDP 대비 재정적자가 선거를 위한 선심성지출과 월드컵 설비 투자로 세 배 이상 확대되었다.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경제개혁에 대한 실망감으로 해외 자금 이탈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헤알화 가치 하락, 물가 상승으로 거시 경제 안전성도 흔들리면서 미진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반면 원유 수입국인 인도는 성장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모디노믹스(Modinomics) 정책효과로 제조업과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중산층에 대한 세제 감면, 개인신용대출 수단 증대로 소비 활력도 상승하고 있다. 유가 하락도 인도 경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유가 하락에 힘입어 인도 정부는 재정적자의 주범인 디젤 보조금을 철폐한 바 있다. 기준금리를 8%까지 높여온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으로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인도는 5% 후반 수준의 성장이 기대된다.

국제유가, 당분간 하락 압력 높아

수요부족과 공급확대의 이중 충격으로 급락한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전세계적인 제조업 성장 둔화 추세,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성장 저하로 원유수요 둔화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타이트 오일 생산 확대로 석유공급 능력은 꾸준히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내년 세계 원유수요 증가량은 88만 배럴(일간)인데 반해 공급능력은 125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OPEC 지역의 공급 확대가 84만 b/d로 세계수요 증가분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OPEC 산유국이 지난해에는 고유가 유지를 위해 감산에 나선 바 있지만 현재는 감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 수급격차 확대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OPEC 국가들만 감산에 나설 경우 유가상승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면서 비OPEC에 시장점유율만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중반 비OPEC의 원유생산이 늘어나자 OPEC이 감산으로 유가 방어에 나섰지만 유가 하락을 저지하지 못하고 시장점유율만 낮아진 경험이 있다. OPEC의 공급비중은 1980년 51%에서 1985년 35%로 줄어든 바 있다(<그림 7> 참조). 최근 유가하락에도 원유생산을 고수한 바 있는 OPEC은 내년에도 생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원유생산 단가가 낮은 OPEC은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생산단가가 높은 비전통 석유의 생산이 결국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유가하락으로 올 10월 이후 미국의 유전개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그림 8> 참조). 북미 석유개발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보류하면서도 경비절감 등 생산단가 개선 노력에 나서고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형 석유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전통 석유의 평균 생산단가가 40~90달러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유가수준에서 수익을 맞추지 못하는 지역에서 투자를 포기하는 현상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북미 타이트오일 생산 시 투자에서 생산에 이르는 기간이 1년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생산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유가하락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배럴당 50달러대 중후반인 WTI 가격의 경우 미국 달러화 강세 속에 계절적으로 석유수요가 줄어드는 내년 상반기중 50달러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비싼 타이트 오일, 오일샌드 등 비전통 석유를 중심으로 생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유가가 상승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세계석유 수요의 미온적인 증가세가 지속되고 비전통 석유공급 확대를 경계하는 OPEC국의 꾸준한 생산 지속으로 유가상승세는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평균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대 수준이 예상된다.

미국 금리인상 서두르지 않을 전망

2014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2015년에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연준의 금리인상과 산유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때문이다. 미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는 하반기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로존과 일본, 신흥국의 경기 부진이 점차 미국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 데다 유가 급락이 물가상승 압력을 낮출 것으로 보여 미연준은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미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표현이 사용된 바 있어 금리인상에 신중한 모습이 예상된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반영된 금리예상은 2015년 말 0.75%, 2016년 말 1.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외에 영국이 2015년 중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여타 주요 선진국들은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중 실시된 TLTRO 결과, 당초 계획한 규모만큼 시중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실행하지 못한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의 디플레 방지를 위해 내년 초에 국채 매입을 포함한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 역시 지난 10월말 자산 매입 규모를 연간 10~20조엔 추가로 늘리는 2차 양적완화에 나섰지만,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충분치 못하고 2% 물가상승률이 어려워질 경우 추가로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들 내에서도 실물경기 움직임과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통화정책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전체적으로는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나라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1월 금리인하에 나섰던 중국은 경기 연착륙을 위해 내년 초반에 추가적으로 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성적인 고물가에 시달리던 인도와 여타 신흥국도 유가 급락과 더불어 물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낮출 여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유가 타격이 예상되는 산유국 및 경제체질이 허약한 취약신흥국은 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의 해외이탈을 막으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이로 인해 해당국 경기 둔화 가능성은 확대될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 금융불안 확산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금융시장에 사전에 충분한 예고를 하고 점진적인 속도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어 미국의 실제 금리 인상이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일본, 중국 등 여타 주요국들의 경기 둔화 움직임 및 신흥국 금융불안 확산에 따라 미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개도국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유출 등이 예상되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크게 증폭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원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신흥국은 유가급락에 이어 미국 금리인상의 충격까지 겹치면서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리스크가 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경우 서방의 경제 제재와 더불어 유가하락으로 금융 불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부도사태가 발생하지는 않더라도 자본유출 및 통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에 나서는 등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러시아가 금융불안에 휩싸일 경우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여타 취약 국가들도 자본유출 억제 및 통화가치 방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유가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아시아 신흥국들은 상대적으로 불안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엔화 및 유로화 약세 이어질 듯

미국과 다른 지역간의 경제성장, 통화정책의 격차가 커지면서 미달러화는 강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및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의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 여타 신흥국의 금융완화 등도 미달러화의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엔화는 달러당 120엔대의 약세기조가 내년 중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취약신흥국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단기적으로나마 엔저가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부진 지속시 통화팽창 이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양적완화 가능성이 크고 이는 엔저 추세를 재개하도록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로존 역시 2015년 국채매입 형태의 양적완화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아 유로화는 유로당 1.2달러를 하회하는 약세를 보이게 될 전망이다. 통화완화의 강도 면에서 엔화보다 절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중에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인 데다 유로존, 일본 등 여타 국가들의 추가적인 통화완화가 일단락되면서 미 달러화의 강세기조가 다소 약화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일방적인 절상 추세에서 벗어나 올해 일시적으로 절하되었던 위안화는 내년에 중국경제의 성장세 둔화, 금리인하 가능성 등으로 소폭의 절하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여건 조성 차원에서 중국 당국이 위안화 자산에 대한 투자 메리트를 유지시킬 필요성도 있어 절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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