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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위안화 절상 시대 마무리 국면 한국 수출에 경고등’
LG경제연구원 ‘위안화 절상 시대 마무리 국면 한국 수출에 경고등’
  • 온라인 뉴스팀
  • 승인 2014.06.1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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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위안화의 유례없는 절하를 놓고 중국을 맹비난했다. 만약 이번 절하가 중국 당국의 본격적인 개입을 의미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꺼려왔던 것과는 달리, 이번 미 재무부 보고서는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라는 낙인을 찍기 직전까지 갔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2014년 4월 16일)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중 달러당 6.04위안까지 하락했던 위안화 환율은 4월말 달러당 6.26위안까지 치솟았다. 석 달 남짓 동안 위안화가 달러 대비 3.5% 절하된 것이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중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1994년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후 위안화는 지금까지 한번도 단기간에 이렇게 크게 절하된 적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안화는 일시적으로 달러화에 페그(peg)되어 환율이 변동하지 않았고, 2012년 유로존 위기로 중국의 수출이 급감했을 때에도 위안화는 달러 대비 약 1.5% 절하되는 정도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격앙된 반응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위안화 추이를 보면, 올해 초 이후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그림자금융에 대한 우려가 더해진 시기부터 절하가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절하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 3월 15일 환율 변동폭이 확대되자 위안화는 더 큰 폭으로 절하되었다.

그러나 위안화 절하 당시의 상황적 배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데 반해, 구체적으로 절하를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최근의 위안화 절하가 주로 중국 정부의 의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수출 감소나 핫머니 유출 등 시장에서의 압력이 더욱 컸던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물론 통화가치가 변동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지만, 각 요인들 중 어느 것이 더 주도했는지에 따라 현 상황의 의미와 향후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위안화 절하가 정부의 개입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 시장의 압력이 주도한 것이라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나 외화유동성 상황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중국 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1. 최근 위안화 절하의 원인 분석

기본적으로 중국의 대외거래를 보면, 지난 1분기의 중국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에서 72억 달러, 자본수지에서 1,1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2013년 이후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는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외환거래 뿐만 아니라 금리 등 주요 금융변수도 당국의 통제 하에 있어 금융시장의 지표가 실제 거래를 온전히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도도 낮아 자본 유출입을 통한 불균형 해소도 쉽지 않다. 이 경우 국제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환율의 절상 폭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절하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가 국제수지 흑자와 통화가치 절하가 동시에 발생한 독특한 예이다.

따라서 여타 다른 통화와 같은 틀로 위안화를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위안화 절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을 추려 각각을 세부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안화 절하의 원인으로 주로 거론되는 ▲핫머니 유출 ▲기업 외환거래 변화 ▲중국 정부의 개입 등 세 가지 항목을 살펴 보았다.

① 올해 핫머니 유출로 인한 절하 압력 크지 않은 편

일반적으로 핫머니(hot money)는 투기성 단기 자본을 통칭하는 개념이지만, 중국 외환시장에서는 통상적으로 유출입 경로가 불확실한 해외 자금을 일컫는다. 외환시장의 교란요인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같은 이름을 쓰는 셈이다. 핫머니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어느 기간 동안의 총 대외거래 중 실물경제와의 관련성이 밀접하며 자금의 목적이 분명한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부분 전체를 핫머니로 추정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대체로 국제수지 상에서 무역수지와 직접투자는 핫머니에서 제외되며, 포트폴리오 투자와 ‘오차 및 누락’ 항목은 핫머니로 간주된다. 경상수지 중 무역외수지 항목이나 투자수지 중 기타투자 등을 핫머니에 포함시키는지 여부에 따라 핫머니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분석 결과 핫머니가 올해 위안화 절하의 주된 요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다. 추정 방식에 따라 올해 1분기의 핫머니 규모는 140억 달러 유출에서 670억 달러 유입까지로 나타났으며, 핫머니가 유출되기 보다는 유입되었다는 결과가 더 많았다. 이는 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급격히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는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과 부합하는 결과이다.

핫머니가 순유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입 규모가 이전에 비해 크게 감소하면 외환시장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유입규모가 이전에 비해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올해 핫머니 유출을 통한 위안화 절하 압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단, 추정방식의 한계는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도가 낮아 무역 거래 규모를 부풀리는 등의 편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도 핫머니가 드나든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올해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감소를 근거로, 중국의 1분기 무역수지 흑자 축소 규모 중 일부는 핫머니의 유출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경우 핫머니 유입규모는 추정치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 핫머니가 위안화 절하의 주요인은 아니었더라도, 주요 불안 국면에서 절하압력을 가중시켰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② 중국 기업들의 환율기대 심리, 절상에서 절하로 반전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무역규모가 큰 만큼 기업의 거래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무역 거래에서 발생하는 영향은 경상수지에서 드러나지만, 기업이 환위험을 헷지(hedge)하는 경우에는 경상수지로 나타나는 것과는 또 다른 외환시장 압력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특히 기대가 한 쪽으로 쏠려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에는 외환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중국 기업들의 위안화에 대한 예상을 살펴보기 위해 수출기업의 환위험 헷지 비율을 살펴보았다.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의 매도 시점을 바꾸거나, 혹은 선물환 거래를 통해 미리 가격을 확정시키는 방법으로 환위험을 피하게 된다.

선물환의 경우, 현재 형성되어 있는 선물환율에 비해 향후 달러화가 더 약세(위안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 현재 시점에서 선물환을 매도하여 예상되는 환손실을 막는 식이다.

환율에 대한 기대 변화는 선물환 거래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2012년 이후 선물환 매도가 크게 증가한 것에는 선물환율이 올랐던 영향도 있었다. 선물환율에는 내외금리차 및 수급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환율전망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2012년에는 미국 금리 하락이 위안달러 선물환율의 상승압력으로 작용했다. 위안화 절상 기대가 있는 상황에서 선물환율이 오히려 상승하자 선물환 매도의 유인이 크게 증가했던 것이다.

선물환 매도가 급증하면서, 차츰 낮아졌던 선물환율이 올해 들어 다시 올랐다. 3월부터는 선물환율이 현물환율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2012년과 같이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가 강하다면, 현재의 상황은 수출기업에게 선물환을 매도할 좋은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3월과 4월 모두 기업의 선물환 거래 비율은 감소했다. 위안화가 절하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기업의 위안화 전망 변화가 위안화 절하를 촉발시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위안화 절하의 결과로 전망이 변하게 된 측면이 컸을 것이다. 위안화가 절하로 바뀐 시점은 1월이고 기업의 외환거래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2월 이후라는 사실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실제로 기업이 달러 매도를 줄이고 나서면서, 기업의 예상 변화는 그 자체가 위안화 절하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자기 실현적 기대(self-fulfilling expectation)인 셈이다.

③ 정부 기준환율과 외환보유고 추이, 중국 정부의 절하 유도 시사

중국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강한 통제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위안화의 움직임에는 크든 작든 외환 당국의 영향은 항상 있었던 셈이다. 지난 4월 미국이 중국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도 결국 중국 정부의 개입 혹은 용인 없이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중국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에는 기준환율 및 변동폭 제한을 통한 시장 유도와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이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인민은행은 매일 오전 외환시장 개장 직전 기준환율을 발표하고 이를 중심으로 일정한 변동폭 이내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관리하고 있다. 기준환율은 시장참가자들의 호가를 가중평균하여 설정한다고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외환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전 날 시장환율의 종가에 비해 다음날 아침 고시환율이 높다면 정부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올해 3월 중반까지 기준환율을 전일 시장환율에 비해 높게 설정한 것으로 나타난다. 약세 압력을 통해 위안화 절상의 속도조절에 나섰던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 경기부진과 금융개혁의 진통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하면서 시장환율은 크게 치솟았고, 이후 기준환율은 시장환율보다 낮게 설정되기 시작했다.

3월 이후만 놓고 본다면 기준환율이 전일 시장환율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당국의 의도와는 반대되는, 시장이 주도하는 불가항력적 절하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넓어진 변동폭을 감안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인민은행이 시장환율의 절하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면 기준환율을 더 낮춰 변동가능폭의 상단이 현재 시장환율보다 낮아지게 설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환율은 시장환율이 추가적으로 절하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선에서 설정되어 있다. 현재의 환율 수준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고 통계를 통해서도 당국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올해 1분기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3.95조 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3.3% 증가한 규모이다. 2010년 이후 중국 외환보유액의 평균 증가율인 3%(전기비 평균)를 넘는 증가 폭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가 증가한 것을 볼 때,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하를 막기위해 달러화를 매도하기 보다는 오히려 달러화를 매입하여 위안화 절하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과 최근의 상황이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다. 2012년 2분기 역시 인민은행이 환율 변동폭을 확대한 시기였고, 당시에도 시장환율은 기준환율을 넘어 상당히 절하되는 모습을 보였다. 차이점은 외환보유고에서 드러난다. 당시에는 약 6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한 결과라고 짐작할 수 있으며, 따라서 당시의 위안화 절하는 중국 정부가 의도한 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다르다. 당시보다 더 큰 폭의 절하에도 불구하고 외환 매입을 늘려온 것이다. 당국의 스탠스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2. 위안화 절하의 배경 및 향후 전망

최근 위안화의 절하는 앞서 언급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시장에서 벌어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기 보다는 중국 정부의 유도와 용인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꾸준히 시장에 위안화 절하 압력을 가하는 한편, 위안화 절하 기대가 고조된 상황에서 환율 변동폭을 확대하여 절하의 강도를 높였다. 핫머니의 유출이나 기업의 외환거래 변화 등은 그 규모나 시점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하의 폭을 확대시킨 정도의 영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위안화를 전망하는 데에 있어서 중국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안화 절하에 담겨있는 중국 정부의 의도

(1) 수출 증진을 통한 경기부양

우선 중국정부가 경기 개선을 위해 수출 증진을 도모했을 수 있다. 국내 실물경제의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성장에 수출이 기여하는 비중이 감소해 수출을 통한 경기부양이 과거만큼 쉽지는 않다. 환율 절하가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어 민간소비를 살리겠다는 경제 개혁 방향과 배치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수년간 최저 임금 인상과 산업 고도화 정책을 추진해온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의 약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 경기가 좋다면 어느 정도의 절상을 감내할 수 있지만, 경기가 부진하다면 부담이 커진다. 또한 경제구조 개혁은 중장기적인 과제로서,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진에 대한 여러 대응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수출 개선으로 경기가 나아진다면 그것이 소비를 증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2) 금리 자유화 등 금융구조 개혁의 사전 준비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대내외 외환시장에서 형성된 일방적인 절상 기대를 없애는 것이다. 2008년 이후 줄곧 지속된 위안/달러 환율하락 추세를 가정한 각종 금융상품이 등장하였고, 수출업체의 헷지도 위안화 약세보다는 강세에 따른 환위험 관리에 집중되었다. 한 방향으로 형성된 기대가 또 다시 절상압력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위안화 절상을 예상하여 유입된 자금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올리고, 그런 자산가격의 상승을 노린 자금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식이다. 중국 금융당국으로서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 환율에 대한 기대를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금융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일방적인 절상기대를 없앨 필요가 더 커진다. 최근 부동산 경기 안정, 핫머니 및 그림자 금융 규제 등 금융시장의 구조 개혁과정에서의 문제는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안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동성이 줄면서 실물경기를 제약하는 상황이 경기 후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의 자유화를 통해 수면 아래에 있던 자금들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예금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투자자금이 부동산이나 해외로 몰렸던 측면이 크다. 금리자유화를 통해 시중 자금을 끌어들임으로써 유동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채우는 동시에, 부동산 등 과도하게 부풀어 있는 자산시장이 아닌 금융시스템 내로 자금을 유인하는 것이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해결책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기대가 만연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오히려 핫머니가 더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당초의 개혁 방향과 어긋나는 결과이다. 환차익과 함께 고금리를 노리고 들어온 핫머니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오히려 저해시킬 우려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위안화가 다시 절상 압력을 받아 수출 경기에도 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자유화를 위해서는 환율에 대한 일방적인 기대를 없애서 실제로 금리가 자유화되었을 때 예측되는 불안정성을 최대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3) 균형환율 수준에 접근했다는 판단

그러나 아무리 대내적인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화가치를 크게 절하시킨다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주변국과의 관계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여전히 위안화가 큰 폭으로 저평가되어있다고 판단된다면, 그 상황에서 추가적인 환율 절하는 무역 상대국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의 저평가 국면이 거의 마무리되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014년 1분기 GDP의 1.54%로 10년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7%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는 우리경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하락 국면을 감안한다면 내수가 활발하여 경상수지 흑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환율이 균형수준에 근접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의 국가라는 점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의 불균형을 명목환율을 통해 조정한다는 것은 임금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임금 상승세도 그만큼 높으며,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은 10%가 넘는 임금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이 경우 명목환율이 크게 절상되지 않더라도 실질환율의 조정을 통해 무역수지는 균형으로 수렴하게 된다.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명목환율이 크게 절상될 경우 이내 곧 고평가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인구구조도 감안되어야 한다. 고령화가 진행중이라지만 중국은 아직 청년층 인구가 많은 상황이다. 2012년말 기준 중국의 30~59세 인구 비중은 총 인구의 44.5%에 달한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이 연령층은 경상수지 흑자를, 다른 연령층은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한다. 현재 중국의 인구구조와 이 연령대의 경상수지에 대한 영향력까지 감안하면, 위안화가 저평가되어 있지 않더라도 GDP의 약 0.5~1% 가량의 경상수지 흑자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1 인구구조까지 고려할 경우 현재 위안화는 거의 적정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균형환율 달러당 6.25위안으로 추정… 이미 균형수준에 도달

위의 요인들을 바탕으로 위안화의 균형환율을 추정해본 결과, 실제로도 현재 위안화 수준이 균형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0.2%로 경상수지가 거의 균형을 기록했던 1995년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하여, 이후 중국과 교역상대국의 수출 경쟁력 변화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위안화의 균형환율을 산출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오르고 교역상대국의 경쟁력은 감소했다면 그 차이만큼 위안화 환율이 절상되어야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되며, 그 때의 환율을 균형환율 수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수출 경쟁력은 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가정하였고, 각국의 생산성은 소비자 물가와 도매 물가의 차이를 이용해 추산하였다. 소비자물가보다 도매물가 상승률이 낮다면 이는 효율적으로 생산했다는 의미로 간주하고, 각국별로이 수치를 산출한 후 중국과의 교역비율로 가중평균하여 실질실효 환율의 변화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 지표로 보면 1995년 이후 18년간 중국의 생산성은 25.7% 높아진 반면 미국은 8.4% 하락하였다. 양국의 경상수지가 1995년과 같기 위해서는 위안화는 달러화에 비해서 34.1% 절상되어야 한다. 이 경우 달러당 6.2위안이 균형환율 수준이 된다.

이를 다른 국가들까지 확장하여 경상수지를 균형으로 만드는 위안화 실효환율을 산출할 수 있다. 각국의 중국의 다른 국가와의 교역비중과 생산성 차이를 감안한 중국의 실질균형환율을 추정하고, 이를 다시 달러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중국의 균형환율 수준은 달러당 6.25위안 내외로 추산된다.

향후 위안화, 일방적 절상보다는 양방향 변동

이미 위안화가 균형환율 수준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향후 위안화의 행보는 과거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위안화의 일방적인 절상세는 멈출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중국 외환관리국(SAFE)는 지난 5월 초 현재의 위안화 환율이 균형수준에 접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2위안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2012년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시장환율에 비해 높게 설정하며 절하를 유도하기 시작했을 때의 환율이 달러당 6.35위안이었음을 감안하면 중국 당국은 달러당 6.2위안 전후를 균형 수준으로 간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절하가 다소 급격했던데다 금리 자유화와 같은 자본유입 요인이 있어 위안화 절상이 재연될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절상 속도와 폭은 과거에 비해 크게 제한적일 전망이다.

오히려 앞으로는 위안화 역시 양방향으로 변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될 것이다. 단 외환 관련 파생상품의 규모에 따라 중국 정부의 통제 수준이 달라질 수는 있다. 중국판 키코(KIKO)라고 불리는 TARF(Target Redemption Forwards)라는 외환파생상품의 규모가 2013년 이후에 계약된 건수만도 약 3,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75조원에 달하는 추정되고 있다. 이 상품들은 위안화가 절상되면 수익을 얻지만 절하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로 되어 있어, 주로 수출기업들이 위안화 절상에 따른 수출감소 피해를 만회하기 위한 용도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6.15위안을 넘어설 때부터 손실이 발생하여 이미 현재 수준에서도 손실을 입은 기업이 늘고 있으며, 환율이 추가로 절하될 경우 수출기업의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를 감안할 때, 중국 외환 당국이 무리하게 추가적인 절하를 유도하기 보다는 현 수준을 중심으로 양방향으로 변동하는 모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3. 시사점

2011년 이후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위안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1년 평균 1위안에 171.5원이던 원/위안 환율은 2013년에는 178.1원까지 올랐다. 원/위안 환율의 상승은 중국 시장에서 우리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더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중국의 경제성장은 우리 제품의 대중국 수출 물량 확대로 이어졌다. 늘어나는 수요를 중국 내부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였던 것이다.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수출기업에게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흐름이 달라졌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성장속도는 확연히 떨어지고 있으며, 화학 등 일부 산업에서는 중국의 자본투자가 늘면서 우리 수출품을 대체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수출보다는 내수중심의 성장을 표방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의 최종수요를 민간소비, 수출, 투자로 나눠 우리나라가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얻는지를 살펴보면 중국이 1,000달러치 상품을 수출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10달러만큼의 부가가치를 얻었으나 민간소비 1,000달러는 6달러 정도에 그쳤다(2009년 기준). 중국의 수출구조가 해외로부터 부분품이나 반제품을 수입한 뒤 가공하여 되파는 방식이 우세한 반면 민간소비, 특히 서비스는 자국 내 요소인 노동력의 투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성장한다면 우리경제가 중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환율흐름도 우리수출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위안화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강세보다는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화는 GDP의 7%에 가까운 경상수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등으로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수출은 늘지 않으면서,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지는 이중고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미 대중 수출은 1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으며,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의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 정성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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